아름다운 글

마음그릇

다사랑[나비친구] 2016. 10. 13. 17:32

 나의 방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그릇이 있습니다.

나쁜 그릇만 먼저 골라 쓰다 손에 익어 더 쉽게 쓰이고

가까운 사람 만나면 귀가 떨어져 나간 그릇도 그냥 쓰고

좋은 그릇은 거의 꺼내지 않으니 쓰려면 망설여지고

손님 올 때만 살짝 꺼내 쓰니 평소에는 있는 것도 모르고

그러다보면 쓰던 그릇만 버릇처럼 자주 쓰게 됩니다

내 안에는 여러가지 이름의 마음그릇이 있습니다

안 좋은 마음그릇은 쉽게 튀어나와 그게 만성이 되어버리고

가까운 사람 만나면 모난 행동으로 보여도 상관 안 하고

좋은 마음그릇은 쓸 생각도 안 하니 쓸 기회도 없고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꺼내 쓰기도 어색하고

그러다보니 쓰던 마음그릇이 내 성격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내가 좋아하는 스님을 뵈었습니다

내가 가진 가장 좋은 마음그릇들을 꺼내 보여드렸습니다

그러나 그 스님께서는 가지고 계신 마음그릇은 엿볼 수 없었습니다

허공을 대한 듯, 공기를 대한 듯, 투명할 뿐입니다

좋고 나쁨의 분별이 끊어진 스님은 고요히 미소만 보이십니다

깊은 바다가, 부도의 대지가, 드넓은 우주가 느껴질 뿐입니다


-마음 본문중에서[원성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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