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는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디선가 흔들거리며 날아와
어디론가 날아간다. 휴식하는 동안 이따금
꿈틀거리며 꿀을 빨고 그러다가 잔잔한 바람에
밀려 높이 솟구쳤다 다시 새로이 유희적인
날개의 율동으로 내려앉는다.
바람처럼 신이 의도한 바로 그 순간처럼...
나비는 꽃에서 꽃으로 날아다니며
꿀도 모으지 않는 빈둥거리는 방랑자다.
지구는 큰 산맥과 코끼리, 얼음과 납을 지니어
힘있고 무거우며 거칠다. 그러나 나비가 없다면
민들레의 돌부리가 없다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단 한마리의 나비는 지구의 무게를 지양한다.
무거운 모든 것, 모든 물질, 이것들은
나비의 모습 앞에 무로 변하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 나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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