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사랑을 지우다

다사랑[나비친구] 2014. 2. 17. 00:28

문구점에 갔다.

얼굴을 지우는 지우개는 없더라.

 

연필을 지우는 지우개도 있고

색연필을 지우는 지우개도 있고

볼펜 글씨를 지우는 지우개도 있는데

너를 지우는 지우개는 없더라.

 

너와 내가 함께 한 사랑

여름날 뙤약볕처럼 뜨겁던

사랑의 끝자락에서

그 아픈 흔적을 말끔히 지우는

지우개는 어디에도 없더라.

 

철없는 바람이 외롭다며

주인 잃은 내 마음을 파고드는

혼자만의 가을 산책길에서

바람을 지우듯이 너를 지운다.

너와 내가 함께 한 사랑

그 아픈 흔적을 지운다.

 

너를 지우며 너에게 묻는다.

사랑을 지우는 지우개는

왜 이리도 아프고 쓰라린 거니?

 

[좋은생각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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